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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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선수에서 스타2 해설가로, 'JYP' 박진영의 꿈

기사입력 2015.07.21 01:43 / 기사수정 2015.07.21 01:43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매주 e스포츠와 게임, 그리고 IT에 관한 사람과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박상진의 e스토리'를 연재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프로게이머가 선수 인생을 마치면 다양한 방면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중 중계진으로 다시 리그에 복귀하는 것은 많은 선수가 꿈꾸는 길이다. 그간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녹여 장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

2015 GSL 시즌2를 통해 새 선수 출신 해설가가 데뷔했다. 바로 ‘JYP’ 박진영. 스타2 프로게이머로 TSL과 이블 지니어스에서 활동했다. 프토토스 종족을 플레이했고, 저그전에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테란전에 약점을 보인 선수로 유명하다.

선수 생활을 마친 후 입대를 준비했다는 그는 군대 입대 전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GSL 해설 섭외를 받고 ‘꼭 하고 싶다. 기회를 주면 정말 잘 해보겠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당시 GSL 우승자 출신 선수도 해설진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박진영이 GSL 새 해설자로 낙점됐다.

“말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는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박진영 해설. 두 번째 GSL 시즌을 진행 중인 그와 게이머 출신 해설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전부터 스타크래프트2 리그 중계를 원했는데, 해설가가 되니 기분이 어떤가?

“즐겁다. 해설에 대한 꿈은 거의 접은 상태였다. 카투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입대 전에 무언가 남기고 싶었다. 기회가 되어 정말 다행이다.”

해설 제의는 어떻게 받았는지.

“올해 2월 한 대회의 리그 게임 연출을 맡던 중 곰eXP 안현정 PD에게 연락이 왔다. 새로 해설을 구하는 데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출신이면 좋겠다는 거다. 주위에서 나를 추천했다길래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미팅을 진행했다.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했지만, GSL 우승을 한 선수 한 명도 해설 물망에 올랐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정신이 확 들었다. '기회를 주면 무조건 잘할 수 있다. 꼭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해설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같이 방송을 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해설 준비는 어떻게 했나.

“처음은 멍했다. 내가 하고 싶던 일을 드디어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사흘 정도 멍하니 지내다 해설 준비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스타리그 해설 중인 이승원 해설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했다. 

이승원 해설은 내가 다른 리그 해설을 준비하는데도 자기 일처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고, 첫 방송에 들어가기 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알려주셨다. 그때부터 해설의 틀이 잡혔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해설자에 따라 해설 방식이 다른데, 박진영 해설은 어떤 해설이 되고 싶었나.

“재미있을 때는 재미있게, 무거울 때는 무겁게 이야기하는 해설이 목표였다. 경기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여 주고 싶었다. 게임도 잘하고 해설도 잘하는 그런 해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 과했던 게 아닌가 싶다. (웃음)”

한 시즌 해설을 해 보니 어떤가.

“처음 해설을 시작할 때 나의 값어치를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해설을 시작한 지 이제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발음이 어색하다. 최근 들어서 조금 괜찮아졌지만 아직도 발음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해설 데뷔 첫 경기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

GSL을 같이 중계하는 박상현 캐스터, 황영재 해설하고 호흡은 잘 맞는지.

“방송을 시작하기 전 걱정이 많았다. 프로게이머, 특히 스타크래프트2는 혼자 잘하면 되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방송은 다르다. 같이 방송하는 다른 중계진들과 맞춰 나가야 하는 과정이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방송 시작 전에는 같이 진행하는 형들에게 혼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 황영재 해설은 방송 내에서 많이 이야기하지만, 내가 처음 적응할 수 있도록 말할 기회를 많이 줬다. 

일로 만날 수 있는 사람 중에 박상현 캐스터만 한 사람도 없을 거다. 같이 일을 하지만 정말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처음 중계할 때 말이 끊기거나 버벅이는 상황이 많았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는데, 입으로는 말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그럴 때마다 박상현 캐스터는 정말 귀신같이 알아채고 상황을 잘 풀어줬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더라. 경험자라는 게 이런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두 형 모두 방송 끝나고 그날 방송을 정리하면서 질책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준다. '방송은 경험이 중요하고, 처음치고 잘하고 있다. 말할 기회를 많이 줄 테니 편하게 말해라'는 말이 큰 힘이 됐다. 두 시즌 째 같이 방송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들이다.”


같은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고인규 해설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두 해설간 이벤트 매치를 기대하는 팬이 많은데.

“고인규 해설과 방송으로 비교되기에는 아직 내가 부족하다. 하지만 팬이 원하고 자리가 마련된다면 한 번 스타크래프트2로 대결해보고 싶다. 작년 11월에 은퇴를 결심하고 거의 게임을 안 했다. GSL 해설을 수락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고, 프로토스로 그랜드 마스터는 간다.

아마 종족을 정해두고 하면 내가 이길 거 같지만, 고인규 해설은 무작위로 그랜드 마스터까지 올라간 거로 안다. 무작위로 하면 내가 질 거 같다. 보험 들어두는 게 아니라, 정말 고인규 해설이 게임을 잘 한다. (웃음) 팬이 원하고,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환영이다.”

선수 박진영과 해설 박진영이 스타크래프트2를 대하는 자세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프로게이머는 자기 게임만 잘 하면 된다. 성격이 어떻든 사람이 어떻든 보여주는 경기만 잘하면 된다. 이기적인 직업이다. 그러나 해설은 다르다. 개인 방송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 쉽게 생각할 수 없고, 얼음장을 걷는 기분으로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내가 해설진 막내이니 방송에서도 항상 조심한다.”

GSL 해설이 된 후 커뮤니티 반응도 살피고 있는지.

"방송 후 스타크래프트2에 관련된 커뮤니티는 다 돌아본다. 악플이 있어도 상처받지 않고, 내 해설에 대해 대한 좋은 의견과 나쁜 의견 모두 읽는다. 그게 맞는 말이라면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니까 피하지 않는다.

Code S 시작할 때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팬도 생기고 여러 가지 컨셉도 생기더라.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지만, 그래도 좋아해주시는 분이 늘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올해 초만 해도 빨리 군대에 가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해설이라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된 만큼 가능한 한 오래 해설을 하고 싶다. 입대 전에 실력과 경력 모두 인정받는다면 전역 후에도 계속 게임 해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래 전부터 지켜봤던 친구인 이원표가 최근 드림핵 발렌시아에서 우승했다. 어떤 기분이 들던가.

"알고 지낸 동안 항상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던 친구였다. 벽 하나만 넘으면 잘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번이 그 계기가 된 거 같다. 친구로서, 해설로서 이원표의 우승이 정말 기쁘다. 군대도 연기했는데, 이 참에 국내 리그 우승까지 거머쥐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프로게이머 시절보다 해설 하는 요즘 더 열심히, 더 노력하며 살고 있다. 발성과 억양에 관한 지적이 많은데, 노력하다 보면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비난보다 비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해설로 부족한 점이 많다. 이유 없는 비난보다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리고 잘못됐는지 이야기를 남겨주시면 고치도록 노력하겠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해설 박진영으로 보여줄 것은 노력하며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다. 훗날 스타크래프트2 해설가 이야기가 나온다면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해설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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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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