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9 21:11
게임

[박상진의 e스토리] 도전과 변신, 끝없는 열정의 해설 박태민

기사입력 2016.06.28 00:00 / 기사수정 2016.06.28 10:22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e스포츠 초창기만 하더라도 리그 중계진 중 선수 출신이 드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e스포츠가 자리 잡으며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자가 늘어갔다. 선수 생활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종목에 도전할 때에는 똑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다를 바 없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저그 선수로 우승까지 차지한 박태민 역시 선수 출신 해설가로 블리자드의 카드 게임인 하스스톤 종목 해설을 맡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 출신이 하스스톤 해설로 나타나자 처음 커뮤니티에서 박태민이 대체 누구인가, OGN에서 얼굴을 보고 캐스터를 새로 뽑았나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박태민은 해설 초반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시청자와 팬에게 사랑받는 해설가가 됐다.

프로게이머에서 해설가까지, 박태민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승부욕이 없지만 승부욕이 강하다'고 이야기했다. 평소에는 자신의 승부욕을 보일 일이 적지만, 한 번 불붙으면 막기 힘들 정도로 승부욕이 타오른다는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스스로 나서서 뭔가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주변에 영향을 받아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고 한다. 주변의 자극에 반응해 발전하는 성격이라고 말한 박태민은 GO 시절 조규남 감독 덕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GO 시절 힘들었지만, 그 시스템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그가 이른 시기에 공군에 입대한 것도 프로게이머로 가진 승부욕 때문이었다. 군대를 갈 상황이 아니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출전기회를 후배들에게 양보하며 경기 수가 적어졌고, 자연히 실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 팀에서는 플레잉 코치를 제안했지만, 아직 선수로서 욕심이 남아있던 박태민은 과감히 공군을 선택했다. 두 가지를 병행하면 둘 다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그의 생각대로였다. 공군 에이스에 입대한 박태민은 현역 시절 못지 않은 성적을 냈다. 과할 정도로 기회가 많았고, 그 역시 계속 경기에 나서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전역할 시기에는 브루드 워가 아닌 스타크래프트2로 점차 종목이 바뀌기 시작했다. 프로리그도 병행 시즌으로 진행되고, 스타크래프트2를 먼저 시작한 선수도 많은 상황에서 박태민은 인생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해설로 전향이었다. 박태민이 전역할 당시 양대 방송사였던 MBC 게임과 온게임넷(현 OGN)에서 모두 그를 원한 상황에서 그거 선택한 것은 온게임넷. 박태민은 당시 자신을 받아준 이학평 PD를 은인이라고 말했다.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설가 준비를 해야 했던 박태민은 해설 공부를 위해 CJ와 SKT 숙소에서 각각 한 달씩 지내며 게임을 공부할 만큼 열심이었고, 주종족인 저그뿐만 아니라 테란과 프로토스 경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능숙한 해설이 됐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그에게 선택의 시기가 왔다. 바로 온게임넷에서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진행하지 않게 된 것. 스타크래프트2 중계를 계속 하고 싶다면 더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와 함께 지내온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당장은 힘들지만 온게임넷에 남아 차근차근 새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 프로젝트가 바로 지금 그가 활동하는 하스스톤이었다.



박태민은 하스스톤 첫 무대에서 선수로 데뷔했다. 해설이나 중계에 욕심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해외를 염두에 두고 영어 공부도 했고, 외국인 선수도 대회에 참여해 대회 내에서 엔터테이닝을 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대회 성적이 좋자 그는 하스스톤에서 다시 선수의 길에 도전했다. 온라인 주말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도 좋은 편이었고, 선수들과 친분도 생길 정도로 하스스톤 선수 생활에 집중했지만, 결국 박태민은 그가 선수 생활에서 느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박태민은 다시 한 번 해설가의 길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스스톤은 다른 종목보다 더 선수만큼이나 해설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자리였다. 게임을 할 때는 자신의 수만 생각하면 되지만, 해설은 양쪽의 수를 모두 봐야 하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손패를 모두 보고 있어 경우의 수를 좁힐 수 있지만, 선수는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선수와 관중 입장을 모두 설명해야 하는 해설 자리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다음 카드로 어떤 카드가 들어올지 해설도 알 수 없었고, 랜덤 요소로 돌발 상황이 펼쳐지면 처음부터 수를 다시 계산해야 하기도 했다. 박태민은 하스스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스스톤은 정답이 없어요. 프로게이머가 앉아서 중계해도 틀릴 수 있을 정도로 깊고 복잡하죠. 중계진은 게임의 흐름도 짚어야 하지만, 시청자가 빠져들 수 있도록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도 끌고 가야 하기에 다른 게임 종목과는 다르죠."

하스스톤 중계진 합류 초반 박태민은 스스로 '킬각 노이로제'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상황을 읽어내야 하는데, 해설 초반에는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나머지 이 부분에만 집중했고, 결국 부자연스러운 해설을 하며 커뮤니티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스타크래프트2도, 하스스톤도 늦게 합류한 박태민의 입장에서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미 시청자의 눈은 높아져 있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 게임을 하는 시각도 바꿨다.

"제가 해설이 아니라면 제가 하고 싶은대로 공격적인 덱만 사용해서 하스스톤을 즐겼을 테죠. 하지만 해설이기에 다양한 덱으로 게임을 배워야 했고, 특정 덱이 나오는 경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상한 덱으로 게임을 하기도 했죠. 저는 탈진까지 가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은 해설을 위해  컨트롤 덱도 손에 잡았고요. 여전히 킬각에서 실수를 내긴 하지만, 적응기를 버텨내자 시청자분들이 저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죠."



박태민이 말하는, 이른바 하스스톤 해설가로서 영광의 시간은 바로 지난해 여름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하스스톤 마스터즈 결승 무대였다.

"다들 생각보다 관중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인기가 오르긴 했지만, 서울이 아닌 부산 해운대에서 하는 결승이었거든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렇게까지 많이 오실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괜히 부산이 e스포츠 성지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었더라고요. 그리고 예전의 선수 박태민과 하스스톤 해설 박태민을 좋아해 주는 분들도 저를 만나기 위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셨죠. 인사도 하고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기억하기에도 백 명이 넘는 분이 저를 기다려 주셨더라고요. 결승 프로모션 영상도 찍었을 정도로 하스스톤 제작진분들이 신경 써주셔서 가능했던 일인 거 같아 지금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죠."

해운대 결승 이후 박태민을 보는 팬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전문성이 없던 시절 방송에서 이른바 '아재 개그'를 했던 시절에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그를 바라봤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그의 아재 개그를 받아들여 준 것. 방송이 안정화되며 박태민의 숨은 매력이 중계 중에 나타나 그의 캐릭터가 잡힌 것. 하지만 박태민은 억지로 아재 개그를 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평소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진행한다는 것. 박태민은 이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저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지난 5월 24일 오버워치가 출시되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오버워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박태민 역시 한 명의 게이머로, 그리고 오버워치 해설을 염두에 두고 오버워치를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민은 2014년 블리즈컨 현장에서 처음 접했을 때부터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의 환경에서 과연 오버워치가 성공할 수 있을까'는 의문을 가졌다. 부분 무료화가 아닌 패키지 방식의 게임이 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PC방에서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방식이 패키지 방식과 맞물려 오버워치를 흥행시켰다는 게 박태민의 생각이다.

"오버워치는 스트레스가 적어요. LOL에서는 한 명이 스타가 되어 캐리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상대 다섯이 고통받아야 했죠. 이후에 나온 히어로즈는 경험치 공유를 만들었지만, 한 명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런 부분에서 오버워치는 절충안을 잘 내놓은 거 같아요. 스타가 될 수 있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는 시스템이죠."

이어 박태민은 오버워치의 낮은 진입 장벽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친구에게 게임을 가르쳐 줄 때 설명할 것이 적은 게임이 진입장벽이 낮은 게임이라고 말했다. "스타2부터 롤, 도타2, 히어로즈 등 대세 게임은 거의 다 해봤는데, 오버워치만큼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도 드물어요. 예를 들어 도타2는 정말 잘 만든 게임인데,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무엇부터 가르쳐야 하냐는 질문을 들으면 저도 망설이게 되죠. 저는 이게 진입장벽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당장 친구가 어떻게 게임을 하냐고 물어보면 맵의 승리 목적이 뭐고 이 영웅의 능력이 무엇인지만 설명하면 끝이더라고요. FPS라는 장르에 묶이지 않고 블리자드가 히어로즈의 교훈을 바탕으로 팀 게임의 방향을 잡은 거 같아요. 그리고 피시방에 가서 바로 다른 사람과 같이 게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해설을 생각하는 만큼 박태민은 하스스톤처럼 오버워치도 모든 영웅으로 게임을 한다고. 하지만 오버워치에서도 승부욕이 타오른다는 박태민은 게임을 이기기 위해 탱커나 힐러 영웅을 주로 한다고 한다. 빠른 대전에서 다들 하지 않지만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탱커와 힐러를 하다보니 자신의 주 포지션이 됐다는 박태민은, 딜러를 할 기회가 되면 겐지를 한다고. 처음 겐지로 게임 방송을 하며 '겐지 마스터'라고 방송 제목을 달았을 때 시청자들이 하나같이 일단 실력을 올리고 마스터라는 제목을 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마스터는 아니더라도 준 마스터 정도는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와 하스스톤 리그에서 선수와 중계진으로 활동한 박태민은 오버워치의 e스포츠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양한 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 박태민의 생각이 궁금했다.

"오버워치의 e스포츠화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전장도 넓은데다가 총 12명이 활약하는 게임이거든요. 게다가 영웅들이 이동 매커니즘도 달라죠. 게다가 미니맵도 없죠. 이런 환경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한 명이 잡기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지금은 키 플레이어를 포커싱 하는 방법으로 중계하지만, 처음 게임을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지 않죠. 관전 모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개선하면 좋을 지는 모르겠어요. 그걸 알면 제가 여기가 아니라 블리자드 본사에 있지 않을까요(웃음). 옵저버를 많이 투입해서 3인칭으로 잡는 방법이 생각나는데,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는 힘든 거 같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하스스톤, 그리고 오버워치까지 승부욕을 태우는 박태민은 마지막으로 좋은 해설이 되겠다고 말했다. "중계진은 시청자가 경기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청자의 경기 시청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요. 중계진이 스스로 연출해 시청자가 드라마틱한 장면에 빠져들어, 지는 상황에서도 선수를 격려할 수 있는 중계진이 최고라는 이야기고,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스타크래프트와 하스스톤,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오버워치까지 시청자가 경기에 빠져들 수 있게끔 좋은 해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계속 노력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승부욕이 없는 욕심쟁이 승부사 박태민다운 클로징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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